상상
결혼 이후로 계속 채워지지 않는 이 갈증남은 때때로 그 농도가 매우 진해져 이따금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때도 불쑥불쑥 튀어나와 나를 괴롭히곤 했다. 마치 그런 기분은, 과거의 어느 한 순간에 발목이 묶여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날은 K와 함께 아침을 맞이하던 날이었는데,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평범한 주말 아침. 아마도 그 전날 그와 술을 한잔 하고 그의 집에서 잠을 잤었던 것 같다. 우린 cc 였으니까 그런 일은 대게 일상이었다.
곤히 자고 있는 내 등 뒤로 바싹 달라붙어 잔뜩 화난 성기를 비비적대고 있는 k였다. 나는 그 단단한 물체가 나를 건드리는 걸 느끼고 몸을 움츠려들었다. 아직 더 자고 싶단 생각과 그의 것이 들어왔을 때의 기분이 대치되며, 나는 눈을 감고 있으면서도 아랫도리가 서서히 젖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K는 그저 나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는 그렇게 내 허리를 잡고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걸 좋아했다. 아직은 뻑뻑한 음부에 그의 성기가 들어오는 기분은, 조금씩조금씩 맞춰지는 퍼즐과도 같았다. 나는 가득채워지는 그 기분이 좋아서 작게 숨을 토해냈다. 그게 얼마나 좋았냐면 글쎄, 피임약을 먹는 귀찮음따윈 비교할 바가 못됐다.
잠이 덜깬 상태라 그런지 온 신경이 더욱 아래부분에 쏠린 듯한 아침의 섹스는 적당한 햇빛과 적당한 서늘함 그 중간에서 점점 존재감을 드러냈다. 새벽의 고요를 깨는 숨소리와 찰진 마찰 소리만이 공간을 채울 수 있었다.
K는 그렇게 등뒤에서 박는 걸 좋아했는데, 그러다 가끔은 자세를 바꿔 깊이 넣는 걸 더 좋아했다. 그는 버뜩 내 안을 좀 더 맛보고 싶은지 나를 엎드려 눕히고 몸을 적당히 세우고는 엉덩이 사이로 더욱 깊이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볼록 솟은 엉덩이가 흔들릴만큼 무거운 압박감과 중력이 더해지면, 나는 점점 더 미쳐갔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무게감에, 엉덩이 사이로 가득 채워지는 밀도에 알수없는 말을 해대며 그에게 애원했다. 그만 해달라고, 아니면 더 해달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같은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그는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빼빼말라가지고. 온 근육이 모두 한 곳에 몰린 것은 아니었을까 모르겠다.
짐승같은 소릴 냈다가, 다시 앙칼진 비명을 지르는 내 얼굴을 잡고 키스하는 걸 좋아했다. 박히고 있는 와중에 하는 키스는 더더욱 정신없고 여기저기 침이 뭍을 수 밖에 없는 키스였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이윽고 사정하고 싶을 때가 되었는지 속도를 올려 마지막으로 박앋대고 나면 그 리듬감에 맞춰 함께 흔들리다 마침내 헉, 하고 짧은 숨을 토해낸 나였다.
그 순간이 계속 내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어느 한 순간이다.
남편과 한지 꽤 되었던 어느날, 아니 몇일 째. 나는 하고싶단 생각만 하면서 남편을 건들지는 않았다. 내가 좋아했던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뿐더러 더더욱 갈망하게 되기만 할 뿐이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예전에 한번 그때가 그리워 남편에게 요구했다가 그의 자지가 짧아 엉덩이 사이에서 자꾸 빠져나가는 걸 본 뒤로, 다시 요구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우리의 섹스는 정자세, 후배위, 여성상위 세가지로 정해져 있었다. 그렇게 다양한 시도가 없이 정해진 자세에서 만족감을 얻어보려는 건 여간 어려운일이 아닌데, 가뜩이나 그중에서도 한가지 자세만 좋다는 건 남편과의 섹스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 하고싶다는 욕망, 그게 피어오르질 않았다.
오늘은 일찍잘까?
일찍자자던 남편은 오랜만에 섹스가 하고 싶었는지 침대에 누워 굿나잇 키스를 하는 나를 끌어안고 대뜸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보니 한지 좀 됐었구나. 나도 간만에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남편을 향한 성욕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젖꼭지보다 가슴이 더 예민해?
그런거 같아.
가슴 주변으로 키스할때 좀 더 좋아하는게 느껴졌는지 남편이 물어봤다. 나는 내 반응을 살피는 남편의 것을 만지며 세명의 남자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첫번째 남자는 어리지만 단단한 남자였다. 그 때에만 발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젊음에 나는 자연스래 그 사람의 물건을 궁금해 했었다. 오랜만에 몸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아주 본능적인 욕구였다. 그리고 그의 이미지를 그리며 손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남편의 위로 올라가 젤로 성기를 문지르며 젖꼭지에 키스를 했다. 그랬더니 그 각도가 남편의 것에 내 가슴이 닿게 되서, 가슴에 침을 발라 나의 젖꼭지와 남편의 것을 같이 문지르게 됐다. 남편은 적잖이 놀란 것 같았지만 나는 아양곳 않고 아까 상상하던 그 남자의 물건을 계속 그려갔다. 내가 지금 만지고 있는 것이 그 남자의 것이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남편은 그런 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두번째는 말투와 분위기에서 젊잖음이 느껴지는 외과의사였다. 그와 나눴던 대화, 그리고 예전에 그가 썼던 어느 한 문구에서 호기심을 느꼈던 나는 남편 위에 올라타 허릴 움직이며 그의 물건을 상상하게 됐다. 발기가 되면 허리띠까지 귀두가 닿아 곤란하단 문장이었다. 허리를 살짝 들추면 보이는 발간 귀두, 단단하게 경직된 기둥. 내 몸안에 삽입되면 찌르다 못해 뚫을듯이 곧게 자리잡을터였다. 그의 것은 필히 남편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그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달리 움직이지 않아도 가득차면 어떨지, 생각하자 몸이 찌르르 울렸다.
세번째는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만날듯 말듯 인연이 닿지 않은 남자였다. 계속해서 얘길 나누지 못하다 어쩌다 나눈 대화에서 그가 나와 비슷한 나이에, 같은 자세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자세를 좋아하지만 와이프가 아파하는게 보여서 엉덩이 사이로 깊게 삽입할 수 없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K가 문득 떠오르게 된건 그 때문이었다. 그때의 기쁨. 그걸 알고 있는 그가 궁금해지고 그때의 환희를 다시 맛볼 수 있을까 희망을 갖게 되면서 K와 그가 자연스럽게 오버랩 됐다.
그때, 남편은 이제 자세를 바꿔 나를 일으켜세우고 엉덩이 사이로 삽입을 시도했었다. 그나마 남편하고 잘 맞는 자세. 남편은 내 팔을 잡고, 때로는 허리를 잡고 박자감있게 박아댔다. 나는 이대로 나를 엎어트려 짓눌러줬으면, 하면서 등뒤에 남편에게 바랬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남편의 것은 빠질게 분명했다.
이대로도 좋아. 하지만 한발자국 더 나아가지 않으면 내 머릿속에 자리잡은 한 순간. 그 순간은 바뀌지 않을거야. 그렇게 생각만 할 뿐 미처 얘기하지 못한 내 한마디는 남편을 스쳐 지나가고, 계속 모를 수 밖에 없었다. 다음 장면으로 바뀌지 않으면 이러한 상상과 갈망이 언제까지 계속 지속되리라는 걸.